[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내적갈등 겪으면 남을 이해하게 된다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내적갈등 겪으면 남을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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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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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을 읽으면 다양한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이나 한 등장인물의 복잡한 내적 갈등을 간접적으로 접하게 되고 이것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세상에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존재하고 또 한 사람 안에서도 다양한 생각과 느낌이 충돌하고 있음을 알게 되면 타인과 세상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흔히 인간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꿈을 함께 꾸는 모순된 존재라고 이야기하지만 멀리 갈 것 없이 일상생활 속에서도 많은 목표와 가치관들이 서로 충돌하며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 간다.

시험 공부를 해야 하지만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하고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고 싶으면서 동시에 변화와 재미를 따라가고 싶기도 하다.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는 동시에 치열한 경쟁에서 밀리면 안 되고 과감하게 도전할 줄 알아야 하지만 실패는 너무 두렵다.

이렇게 늘 정답은 없는 것 같고 그래서 사는 게 쉽지 않은가 보다. 최대한 이런 내적 갈등 없이 평탄한 삶을 살고 싶은데 또 그러면 재미가 없을 것 같다. 생각하고 고민하는 데에도 어떤 즐거움(?)이 있는 것 같고 어쩌면 그것이 삶의 묘미일지도 모른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이라면 이러한 내적 갈등에도 순기능이 있다는 사실이다. 다수의 연구들에 의하면 사람들에게 서로 충돌되는 목표를 떠올리게 하거나(공부 vs.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기), 이미 일어난 일이지만 무언가 달리 했다면 어떤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었을 지 따져보게 하거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의견의 극단적인 버전에 노출되도록 하는 등 (예를 들어 낙태를 반대하는 편이지만 모든 종류의 낙태를 반대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같은 질문 던지기) 상반되는 생각들로 내적 갈등을 겪게 하면 자기와 다른 타인, 외집단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과 한 쪽으로 치우친 사고방식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다.

내적 갈등을 거치면서 어쩌면 외면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상반되는 가치관, 삶의 방식에 대해 떠올리게 되고 자연스럽게 타인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나와 대척점에 서 있는 것 같은 사람들도 사실 그들에게 주어진 선택지 안에서 고민과 선택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 뿐 나와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는 아닐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가까이서 보면 서로 다르지만 멀리서 보면 같은 인간으로서의 공통점이 더 많은 것도 같다. 나의 내면과 삶이 복잡한 것 만큼 타인의 내면과 삶 또한 복잡하며 그런 점에서 사람들은 서로 많이 닮았다는 사실을 기억해보자.

Sassenberg, K., & Winter, K. (2024). Intraindividual conflicts reduce the polarization of attitudes.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33(3), 190-197.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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